작년 이맘 때도 '캘리포니아 봄같은 가을속에서' 라며 고국의 노오란 은행잎과 울긋불긋 단풍잎을 부러워했는데 그래도 그 때는 홍화협죽도라는 유도화가 곱게 핀 동네의 어느 집앞에서 '가을은 참 이뿌다' 그렇게 노래 불렀는데 올 가을은 그 마저도 쥔장이 가지치기로 다 잘라내 버렸더라고요.
어제 넘편의 도움없는 오블완 하나 올려놓고 산에 오르긴 좀 늦은 시간 자동차로 달려 남의 동네산에 올랐습니다. 그 곳도 지난 여름의 패악에 아직은 불탄재와 시커먼 숯댕이가 된 나무들이 '나 좀 어찌해 줘!' 하며 서서 누워서 널부러져 있었지만 그래도 노오랗게 물들어가는 나무들이 있어 가을느낌은 좀 났습니다. 단풍찾아 산으로 오른 늦가을이 소박합니다.
산길 쌍갈래 길에서~ '도대체 어디야?' 살짝 신경질적인 짝꿍의 혼잣말에 딴짓하고 놀다 화들짝 놀라 '왼쪽은 '나오는 길 오른쪽은 들어가는 길..' 그래봤자 자동차 두 바퀴 굴리면 같은자리인 좁은 길에서 헷갈리게 왜 두 갈래길을 만들어 놔았는지 암튼 눈꼽만큼 도우미 해주고 단풍든 나무가 있는 매의 눈으로 살핍니다.
비말네 동네보다는 단풍색이 간간히 보여 자동차로 오르는 산길 차안에서 몇 캇 찍고 먼지날리는 비포장 도로에서 잔디밭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오후의 한낮을 잠시 즐겼습니다.
지난번 스맛폰 사러갔다가 신형폰이 11월이면 세일할 거라길래 그냥 왔는데 늘 국제통화로 하시던 언니 '새 전화기 사면 전화해라!' 하시고는 혼자 소풍 떠나시는 바람에 폰이고 뭐고 흥미를 잃고 그냥 뒀더니 살짝 아쉬운 풍경입니다.
송진냄새도 없는 허리굽은 소나무, 잔솔가지들이 엉키고 설킨 체 11월의 늦은 오후 힘도 없는 태양빛을 받으며 지들만의 리그로 아직 당도도 못한 가을을 기다리고 있는 듯 합니다. 그 밑에 자리잡은 까칠한 갈대들도 해 떨어지기 전 햇살이 싫지는 않은지 사그락댑니다.
돌아오는 길에 뜬금없이 멀미를 해 어찌나 고생했던지 짝꿍은 사색이 되어 '차 세워? 괜찮아?' 울통불퉁 낯선 비포장 도로를 정신없이 달립니다. 해도 서산을 넘고 이미 어둑해진 산길에서 자동차를 세우는 건 좀 그런 것 같아 봉지 입에 대고 숨고르기 하면서 겨우 목숨부지해 집으로 무사히는 돌아왔습니다.
'오, 불안' 이 아닌 '오가블' 로 티스토리 포스팅 하나 올리면서 또 다른 24시를 달리는 한국 날짜 11월 19일 2024년, 작년 오늘은 동네의 집앞에 아름답게 유도화 꽃이 피어 환하기라도 했는데 올해는 비말네 뜨락을 기는 맥아리없는 호박줄기에 붙은 노란 호박꽃들만이 위안을 줍니다.
호박도 몇 개 안달렸는데.. 호박전을 할까? 된장 찌개에 넣을까? 하면서 꿈만 키우면서요. 캘리포니아 산으로 단풍찾아 가서 딱히 소득은 없었지만 가을느낌은 나는 것 같아 만족하면서 건강만 하면 된다고 혼자 맘으로 투닥이고 사그라집니다.
비말 飛沫
'색바랜 편지를 들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풍나무숲 침묵 (26) | 2024.11.20 |
---|---|
단풍없는 가을산 (35) | 2024.11.18 |
햄버거 쿠폰까지 (66) | 2024.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