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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짓는 여자20

추억 한 조각, 샛강다리 밑에서 줏어온 애들 추억 한 조각, 샛강다리 밑에서 줏어온 애들 지아야, 가시내야 빨리 인나봐라! 오빠야, 니 와 그래쌌노? 눈이 잘 않떼진다! 니, 이제 큰일났다! 빨리 인나서 아부지 거울 쫌 가서 봐라! 니 콧등에 똥포리가 시커먼 똥을 한거썩 싸났다 아이가~ 와 그라는데, 얼굴에 뭐 묻었따꼬.. 똥포리가? 아직 아침 일곱시가 되려면 아침 먹을 때까지 한잠더 자도 될 것 같은데 뭔일이고. 이불을 걷어내고 아부지 거울을 향해 일어선다. 밤새 내 얼굴에 탈이 났따꼬? 아침부터 와들 시끄럽게 뛰고 솟고 난리들이고 이불에 걸려 자빠져서 발꼬락들 다칠라! 정지에서 아침준비를 하시던 엄마의 걱정과 성화를 뒤로 하고 후다닥~ 안방거울은 키가 커신 아버지 키에 맞춰서 안방봉창을 조금 비켜선 벽에 걸려 있었다. 똥파리가 내 콧잔등이에 뭔.. 2022. 12. 7.
비말네 뒷마당에 별이 쏟아져 내립니다 비말네 뒷마당에 별이 쏟아져 내립니다 깊은 바다속 같이 까아만 밤 하늘에 셀 수도 없이 많은 별들이 하나 둘 수도 없이 총총 박혀 있습니다 저렇게 수 없이 많은 별들도 제 각각의 이름과 사연들이 있다고 하지요 비말이 별도 있을 텐데 '어디쯤?' 손을 뻗으면 곧 바로 잡힐 것 같은 큰 별들도 있고 넘너무 멀어서 점 하나 보다 더 작게 보이는 별도 있고 게을러서 껌뻑거리는 것 조차 더딘 애들도 있네요 유성이 길게 꼬리를 물고 별똥별을 쏘고 날을 때면 두 손모아 소원도 빌어보고 멀리 두고온 내 나라 땅 사슴목 치켜 올리고 깨금발로 그 곳이 여기일까 저 쯤일까 가늠도 해보며 가족생각 동무생각에 콧끝이 찌잉 못 생긴 주름 콩알 하나로 비말네 뒷마당에 별이 쏟아져 내립니다 하얀별을 마구 쏟아냅니다 우주 공간에 하르.. 2022. 11. 19.
서울서 온 여선생님 1960년대초 울동네 골목안 서울서 온 여선생님 1960년대초 울동네 골목안 서울에서 오신 예쁜 여선생님이 온 동네를 훌딱 뒤집어 놓았다. 울동네 사람들은 선생님이 가까이 올 때부터 지나갈 때까지 숨을 멈춘다. 웃집 작은 어선 선장인 군이 아버지는 여선생님 얼굴 쳐다보고 실실 웃었다꼬 군이옴마한테 할키고 꼬집혀서 얼굴이 어린 내가 보기에도 민망시럽다. 살짝 꾸불거리는 까만 긴머리카락이 햇빛이 닿을 때마다 빛을 반사 해내고 실같이 가는 금목걸이는 십자가를 무겁게 달고는 하얗고 긴 목에서 데롱거린다. 웃집 순난이 언니가 뻘건 대낮에 입고는 온 마당을 헤집고 댕기는 잠옷보다 백배는 더 예쁜 레이스가 달린 브라우스는 딱 한번 본적이 있는 하얀 눈색깔이다. 무릎을 쫌더 올라간 쫌 짧은 듯한 검정치마가 움직일 때마다 속치마가 보일듯 말듯.. .. 2022.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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