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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짓는 여자34

기다려주지 않는 것들 기다려주지 않는 것들 페리오문을 열고 헐거운 슬리퍼 양말에는 벗겨질까 맨발로 질질 끌면서 몇 발짝 돌아서다 만나지는 뒷뜰의 풀꽃나무들이 그냥 있으려니 하며 무심코 스치던 날들도 많았는데 이젠 그 조차도 추억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방안의 창안에서 블라인드 올리고 커튼 양옆으로 활짝 제치고 유리창에 이마 짓찧어가며 만나지던 아침이 늘 반가왔는데 이젠 꿈에선가 싶기도 합니다. 호미질 삽질 톱질로 지쳐가던 그런 날들이 그리울 거 라고는 셍각도 안해 봤습니다. 언제나 손뻗고 맘주면 그 자리에 있을 줄 알았습니다. 나이 한살씩 보태지면서 더는 기다려주지 않는 것들이 많아지는 걸 매분매초 몸으로 맘으로 알아집니다. 키친으로 달려나가 블라인드를 올리면 보일 듯 말듯 감질나게 만나지던 서쪽하늘이 '얼릉 나와 봐!' 꼬시.. 2023. 2. 18.
비말네 사이프러스 나무 (Cypress Tree) 비말네 사이프러스나무 (Cypress Tree) 병풍처럼 서있는 나무들이 좋아서 산 집인데 이젠 그 사이프러스 나무 (Cypress Tree) 들이 애물단지같이 여겨져 없앨 궁리만 합니다. '잘라서 버려?' 열흘을 넘게 짝꿍이 묻는 말입니다. '짤라 버리지말고 한 곳에 모아 두셔요!' 대답도 똑 같습니다. 묻는 사람도 답하는 사람도 이젠 지쳐서 입은 한 일자로 꼬옥 다물고 화난 사람들처럼 동쪽과 서쪽에서 각자의 맡은 소일거리들에만 코 빠뜨리고 손들만 바쁘게 움직이며 서로의 눈치를 살핍니다. 그냥 좀 두면 알아서 계획 세워 도움을 청하던지 배제를 하던지 할 텐데.. 어쩌다 비말네 사이프러스 나무 (Cypress Tree) 로 태어나 '이 꼴을 당하니?' 소나무 (Pine Tree) 만 됐어도 귀한 대접 받.. 2023. 2. 13.
보이는 게 다가 아닌 세상에서 '보여줘 봐' 보이는 게 다가 아닌 세상에서 '보여줘 봐' ‘사람 불러 고치고 새 것들 사서 써라’ 고 야단하는 딸넴하곤 자꾸 엇긋나기만 하던 어느 한 때는 진짜로 꼴도 보기 싫은 날들도 있었습니다. 자기가 무슨 신사임당으로 돈 강보에 싸여 태어난 것처럼 돈 알기를 함부로 해서 좀은 그랬는데 이번에 확실하게 만회 (?) 할 일이 생겼습니다. 사는 집 렌트주고 소문만 무성한 잘난 곳에서 돈 퍼부으면 애들 영재교육이니 뭐니 시킨다고 가더니 온 식구들 감기를 달고 살다가 외국인동료 변호사한테 일년치 렌트비 다받고 빌려준 집 3층에 불을 내 보험처리로 다되긴 한다지만 골치 아픈 게 많았던가 봅니다. 딸넴이 다 죽어가는 소리로 전화해서 일년도 안된 냉장고와 삼성 세탁기와 드라이기 남 준다기에 ‘우리가 가져올께’ 하니 자기도 조.. 2023.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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