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컴퓨터가 없고 인터넷이 없을 때 우리는 만화나 동화, 소설책에서 보고 읽은 이야기들로 상상의 날개를 펴곤 했더랬습니다. 남진 오빠야가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그런 노래를 부르면서 리사이틀도 열고~ 그 때는 그런 유행가를 입밖에 소리내 부르면 남들이 흉 본다고 했는데 지금은 트롯트가 최고의 국민송이 됐지요.
비말이가 오르는 미국 캘리포니아 산길 동네에도 진홍색으로 물든 단풍나무가 많이 보이고 가을의 초댓장을 이제서야 받으며 길 안내를 받습니다. 하아얀 뭉개 구름이 파아란 하늘위에 뭉실거리고 저 멀리 목장에는 한가하게 풀을 뜯는 젖소들이 '음메~' 순한 눈을 깜빡거리는 풍경은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답지만 가까이 가면 냄새도 나고 향기롭지는 못 합니다.
*언젠가 우리는 집을 짓겠습니다/ 구름위에 /꽃밭을 만들고 장미를 심겠습니다. 하마/ 그대 오시려면/ 붉은 단풍의 안내장을 보내겠습니다. 오시는 길이/ 실연의 골목 두어 개 쯤 돌고/ 절망의 골짜기를 지나 이별의 고개를 넘는다 해도 오시면/ 모닥불을 피우겠습니다 온통 젖어있는 마음 말릴 수 있게/ 노을 가득한 잔도 준비 하겠습니다 빛나는 별을 보며/ 별보다 많은 당신의 이야기를 아무 말 없이 듣겠습니다. 두 손을 잡고 (언젠가 우리는/ 구름위에서/ 한 춘호 시인)
어제 60년도 더 넘은 젤로 오래된 친구님께 詩선물을 블방 대화란에서 받았습니다. 이미 색바랜 편지를 들고 선 비말이가 단풍 안내장을 받는 걸 보신 블글 친구님들도 계시겠습니다. 가족도 아니고 연인도 아니고 친구도 아닐 것 같은 하늘의 구름같은 관계들도 참 많지요? 오누이도 되고 더러 가짜 애인노릇도 해주고 사돈의 팔촌같은 관계도 되면서 서로의 일기장을 훔쳐보며 그 속에 낙서도 하고 살았던 세월.. 그런 시간들도 낚아 올립니다.
살아있는 날에는 참으로 많은 일들을 겪습니다. 할 말도 많고 쓸 글도 많은데 실상 우리들은 사는 일에 목을 메느라 정작할 말들은 다 뒤로 미뤄고 삽니다. 나중에 하자면서요. 그 나중이 올지 않 올지는 아무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누군가들의 말을 아무 말 없이 들어줄 수 있을 사람 세상에 몇이나 될까.. 잠깐 생각을 멈춰 세웁니다.
모닥불을 피우겠습니다 온통 젖어있는 마음 말릴 수 있게 노을 가득한 잔도 준비 하겠습니다 빛나는 별을 보며 별보다 많은 당신의 이야기를 아무 말 없이 듣겠습니다. 두 손을 잡고
그리고 아무말을 않해도 아쉬울 것도 없을 시간들이겠지요. 어쩌면 만나지지 않아도 억울하지 않을 수도 있을 지 모릅니다. 삶과 죽음은 다른 얼굴로 서로를 활퀴며 아귀다툼을 하는 것 같지만 어쩌면 손을 마주잡고 위로 하며 구름위를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건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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