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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바랜 편지를 들고

기억에 남는 만남

by 비말 2024. 12. 15.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만남은? 이라는 글이 오늘 12월 15일 2024년 티스토리 주제인데 솔직히 올해는 딱히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만남들은 없고 떠나보낸 아픔들만 많습니다. 슬픈기억 되살리며 울먹거리는 것보다 블방동 색바랜 편지속 좋은 기억들 찾아놓고 웃는 게 좋을 것 같아 지난 파일들을 뒤적거려 봅니다. 새벽녘 꿈결같이 들은 '탄핵 소식' 이 아직은 얼얼 멍 때리는 시간..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님 때를 다시 떠올리는 시간들 입니다.

깍두기를 잘 먹기에-넉넉하게-배추김치도
깍두기를 잘 먹기에 넉넉하게 배추김치도

 

혼자보기 아까와 짝꿍까지 소환시켜 옆에 앉히고 '기억나요?' 해 가면서 2017년 12월, 어제의 역사를 오늘의 선물로 다시 받아들고는 둘이서 봅니다. 오래된 폰카의 렌즈도 나이든 노친네들의 눈조리개도 정확하게 잡아내지는 못 하지만 서산을 넘으려는 저녁노을 저 너머로 자동차 뒷좌석 차창에 메달려 고사리 손들을 흔들어대던 아이들 모습에 심쿵해집니다.

3살과 6살의 오누이는-태블랫과-아이패드로
3살과 6살의 오누이는 태블랫과 아이패드로

 

법원에서 바로 달려왔다며 애들한테 '준비 다 됐어?' 하며 그냥 가려는 사위를 붙들어 앉히고 간단히 차려준 밥을 허겁지겁 먹는 걸 보면서 애들 짐 챙기고.. 아이들을 짐과 함께 싸서 보낸지 일주일만에 딸넴한테 '오늘 집에 갈 거야!' 통보같은 전화 한 통을 받고는 밤새앓던 신음소리 마저 놀래 도망칠 것 같았습니다.

7년 전 12월-비말뜨락-석류들은 철도 모르고
7년 전 12월 비말뜨락 석류들은 철도 모르고

 

‘안돼, 울 둘다 감기끼 있어!' 지들 네 식구도 다 감기가 걸려 괜찮답니다. 하나님 맙소사! 아프면 집에서 약 먹고 쉬어야지.. '선물같은 오늘이 가고' 라는 7년 전의 포스팅에서 오늘의 티스토리 주제와 비슷한 느낌글을 찾아내고는 사진속에 마음을 던져 넣습니다. 2017년 12월이 아득하게 먼 옛날 같습니다.

식구넷이-10 컬레 신발을 가져오고-쥔들 건?
식구넷이 10 컬레 신발을 가져오고 쥔들 건?

 

아이들만 올 때는 남여노소로 뭉친 할배 할매 손주 손녀, 넷이서 안방에 침대 2개를 붙여놓고 운동장처럼 쿵탕거리며 뛰놀다 먹고 자고 TV보다가 각자의 장난감들을 들고 돌아앉습니다. 할배는 TV, 할매는 컴퓨터, 손주는 아이폰, 손녀는 테블랫에 코박고 놀면서 종일 칫솔질만 하고 씻지도 않고 방안에서 뒹궐기도 합니다.

넓은 방 내 준다니-좁은 방에서-네 식구가
넓은 방 내 준다니 좁은 방에서 네 식구가

 

아직 지 이름자도 써지 못했던 3살 손녀는 눈치는 바싹해 엄마 아빠 올 시간이면 세수하고 머리 빗겨달라고 할미손을 잡고 목욕탕으로 달립니다. 물장구도 치고 머리카락을 풀어 헤치며 '할무니, 나 스케어리하지 (무섭지)? 온갖 장난을 치다가 3살 터울 지 오빠가 빨리하라고 성화를 대면 쌜쪽해지면서도 '오케이!' 합니다.

고구마-바나나-만두-오븐에 빵도 굽고
고구마, 바나나, 만두와 오븐에 빵도 굽고

 

*정치적으로 2017년 3월 10일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되었으며, 최초의 조기 대선이 치러지기도 했으며 미국에서는 오바마 행정부 시대가 끝나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제 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해이기도 합니다.

축구계에서는 2017년 12월 본선 조추첨이 열렸는데 대한민국은 9회 연속 월드컵 조추첨 대상에 올라간 해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살아가면서 기억에 꼭 남기고 싶은 추억도 있고 살아 생전 다시는 꾸고 싶지않은 악몽같은 날들도 있지만 돌고 도는 물레방아같은 사연들만 만들어내는 삶의 여정길인가 봅니다.

딸넴이 만들어온-사골 꼬리곰탕-생강-양파
딸넴이 만들어온 사골 꼬리곰탕 생강 양파

 

딸넴이 꼬리 곰탕이라고 해왔는데 양파는 통째로 생강은 지 딸의 주먹만한 걸 넣고 제대로 끓이질 않아 국물도 안 우러나 다시 끓여 먹었는데 맛도 느낌도 그럴싸 했습니다. 잘 먹고 잘 놀고 하룻밤을 여섯 식구가 뒹궐면서 둘둘씩 셋씩 편이되고 짝이 되면서 싸우고 찌지다가 아쉬운 이별을 합니다.

자동차가 빠져나간-하늘가엔-노을이 번지고
자동차가 빠져나간 하늘가엔 노을이 번지고

 

몇 번의 허그와 뽀뽀들을 해대면서 집안에서 자동차안까지 애들 짐가방들 싵고도 바리바리싼 먹꺼리들 챙겨넣고도 한참을 서성입니다. 이미 해는 서산넘을 준비를 하는데 공항의 이별보다 더 서럽습니다. '애들아, 해 넘어가 어여들 가~' 골목밖으로 자동차가 빠져나간 서쪽하늘에서는 먼동같은 노을이 내려앉고 있었습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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