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짓는 여자15 백발꽃과 푸세식 똥똣깐 백발꽃과 푸세식 똥똣깐 창밖 뜨락에 하얀 오렌지꽃잎이 하나씩 날리는 걸 보면서 유년 시절을 남쪽 바닷가 마을 사계의 구분이 뚜렷하지도 않던 충무시 (지금의 통영) 에서 살다가 서울로 이사갔던 어느 날을 떠올립니다. 서울역에 새벽열차에서 내린 아직은 캄캄한 새벽. 한번도 본 적도 만난적도 없었던 발자국 하나없는 하아얀 눈길을 밟으며 신기해서 추운줄도 모르고 처음 타본 기차 (완행열차) 에서 내려 형부손에 꼬옥 잡힌 체 걷고 또 걷던 어느 새벽길이 잠시 떠오르기도 합니다. 집으로 오던 중 잠시 들린 푸세식 똥똣깐 안에서 내다본 하늘에는 하아얀 백발꽃이 흐느적거리며 날리고 있었습니다. 사꾸라 하얀 꽃이파리 같은데 눈이라고 부르던 그 하아얀 눈송이가 하느작거리며 날려 내 신발위에도 앉고 길게 땋아내린 내 양갈래.. 2023. 2. 22. 아무도 아닙니다 The World As I See It 아무도 아닙니다 The World As I See It 거기 누고?/ 아무도 아입미더, 숙입니다./ 그으래 맞네, 아무도 아이네!/ 예에, 맞십니더. 어릴 때 우리 뒷집에 살던 숙이하고 그녀의 조모가 삐꺽거리는 부엌문과 안방문을 사이에 두고 늘 오가던 말 이었습니다. 숙이는 전설따라 삼천리 이야기에나 나올 법한 그런 사연처럼 강보에 쌓인 체 그집 대문간에 버려져 줏어 길러졌다는 건 온 동네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뜬금없이 뇌리를 빛의 속도로 스치는 뭔가들이 자주도 일어나는 요즘 '나 혹시 미.쳐가는 건 아닐까? 짝꿍한테 그러면 '너, 천재라서 그래!' 웃지도 않으면서 놀립니다. 나보다 두살 더 먹은 눈이 크고 까무짭짭하게 생긴 착하고 순하디 순한 아이였는데 당연히 언니뻘인데도 그냥 이름을 부르며 두 집 .. 2023. 2. 3. 애증의 사랑빤쓰, 사론파스 (Salonpas) 애증의 사랑빤쓰, 사론파스 (Salonpas) 어린 날에는 늘 아버지 심부름으로 동네 안에 딱 하나뿐인 구멍가게 순이네에서 사론파스를 사다드리는 게 저의 또 다른 용돈구입처 였는데 그게 할 수도 안할 수도 없는 일이라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었습니다. 아직은 미취학 아동이라 한글을 떼지 못해 지 이름 석자도 까막눈인데 이상 야릇한 이름 '사랑빤쓰' 를 외워가서 문만 열어놓고 어디론가 가서는 수다를 떨고 있을 순이엄마 기다리는 것도 참 못할 일이었습니다. 보이소오! 순이 즈그옴마~ 보이소~ 보이소오! 순이 즈그옴마~ 스물까지도 세보고.. 세다가 또 다시 소리내어 하나 둘 셋 넷.. 세고 또 세어봐도 아무런 기척이 없습니다. 대문 앞으로도 가보고 가게 앞으로 또 다시 와 봐도 순이 즈그옴마는 가게문만 열어놓고 .. 2023. 2. 2. 블로그 접을까? 나야 나 비말이 블로그 접을까? 나야 나 비말이 이민 초창기 돈도 좋지만 입다물고 귀막고는 살아갈 수가 없는 걸 깨우친 어느 날부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기억력 좋은 거 하나로 대충 넘어가 주는 날들이 많아 괜찮을 것 같았는데 쉽지 않았던 80년대 미국생활. 대학교에서 목소리도 작은 데 영어도 콩글리쉬인데~ 남들 앞에 서는 거 무쟈게 힘든데 미국 교수님들은 강의료 꼬박꼬박 챙기면서도 매시간 매과목들마다 학생들을 교탁앞으로 소환해 내고는 대신 강의를 시키십니다. 혼자서 혹은 팀으로 일주일 정도 걸려서 만들어낸 과제를 들고 프리젠테이션을 하라시는데 않하면 낙제, 한 학기 올백 (A) 학점을 다 받아도 한번 잘못하면 50점 감점 (F 학점) 을 주는 교수님들도 있었습니다. 혼자 만들어내는 숙제는 백점, 얼마든지 자신이 있었는.. 2023. 1. 16. Good bye 아니고 Hello 였으면 Good bye 아니고 Hello 였으면 생각 갈린 날들에는 굿바이 글 만나지는 횟수가 점점 많아집니다. 블로그를 시작하기 전에도 끝을 낼 때도 우리는 고민과 고심을 많이 하지요. 시작할 때는 희망이던 것이 끝을 낼 때는 절망으로 숫한 상처들만 남기기도 하고요. 본 적도 알은 적도 없는 블방에서 만나진 사람들이 누군가는 외로와서 혹은 미래를 위한 도구로 더러는 글벗이나 말벗으로 좋은 친구가 돼줄까 끈임없는 노력과 부지런으로 친구들 블방문을 두들깁니다. 핼로우, 안녕하세요? 어릴 때 꿈꿔던 시인 수필가 소설가 사진작가의 꿈들이 예서제서 남의 집 블방문을 열고 들어서면 햇살처럼 쏟아져 나오고 글 한줄 공감 하나놓고 나면 동아줄 잡은 것처럼 메달려 대화칸에서 글로 공감으로 만나집니다. 친구맺기, 품앗이 댓글답.. 2023. 1. 15. 작년 가을 엄마하고 외가집 갈 때 작년 가을 엄마하고 외가집 갈 때 박완서 선생님께 참 많이 감사한 마음이 됩니다, 이제 와서야.. 그 나이에 엄마께 효도를 했다는 느낌도 들고, 책이 우송돼 왔을 때 엄마가 '잘 썼네!' 그러시면서 웃으셨는데~ 마지막 박완서 선생님의 글평을 읽어 드렸더니 우셨습니다. 그 땐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돌아가실 무릅의 엄마의 그 연세, 그 때를 살고 있는 지금 제게도 작은 울림으로 다가서지고, 이미 보상 받았노라고 감히 말해 봅니다. 작년 가을 엄마하고 외가집 갈 때 방울 달린 마차가 흔들리면서 랄랄랄랄라 랄랄랄랄라 끄덕 끄덕 끄덕 끄덕 다녀 오세요. 12월 31일이면 청개구리 자식들은 12월 31일이면 청개구리 자식들은 죽은 후에 편안하게 누웠다고 '무에 그리 좋을거냐' 시며 내 품안에서 키운 내 새끼들.. 2023. 1. 4.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