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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바랜 편지를 들고

기다림을 사는 거

by 비말 2024. 12. 10.

오늘은 '오늘' 이란 얼굴을 가지고 날 만나줍니다.
어제 노을지는 서쪽하늘을 오늘 아침에 만납니다.

어제 석양녘-사진을-오늘에야-만납니다
어제 석양녘찍은 사진을 오늘에야 만납니다

 

기다리는 게 있다는 건
얼마나 생기로운 비밀인가
가쁘게 목타게 살아가는 나날을
이어 주는 숨은 지하수가 아닌가

 

먼 곳에서 아물아물
가물거리며 다가오는 듯한
기별 같은 거, 소식 같은 거
기다리는 게 있다는 건
얼마나 아련스러운 위안이랴

기다림이-아련한 위안이던-날도 있었지요
기다림이 아련한 위안이던 날도 있었지요

 

사방 천지, 모두 차단된 거 같은
멍멍한 이 세상에서, 얼동 설한에
겨울물처럼 숨쉬고 있는
기다림 같은 게 있다는 건
얼마나 애처로운 사랑이랴

무수한 사람들에게 채여
얼 얼 방향을 잃고 허둥거리는
이른 봄벌레처럼 처진 자리에 아찔
아찔거리는 기다림 같은 게 있다는 건
얼마나 보살 같은 따사로움이랴

어제가-오늘이고-오늘이-오늘인-시간표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오늘인 시간표

 

보일 듯이, 잡힐 듯이
들릴 듯이 가까운 어느 곳에
기다림 같은 것이 아롱거리는 건
얼마나 잔인한 그림움이랴

아, 기다림이 있다는 건
얼마나 고독한 긴 긴 벌인가

기다림을 사는 거 (조병화 68~69 )

기다림을 위한-또 다른 기다림의-하루입니다
기다림을 위한 또 다른 기다림의 하루입니다

 

티스토리 12월 9일은 '일년 뒤 기대하는 내 모습은?' 이고 12월 10일 '올해 가장 몰두했던 일은?' 인데 오늘 새벽 비말이는 티스토리와 씨름하느라 잠도 설치고 댓글 답글도 다 못 드렸지만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루를 채워보려 합니다.

오늘 색바랜 편지를 들고 선 비말이 티스토리 블방이 말썽이라 최고로 힘든 시간을 보내다 남의 글하나 타이핑해 올리면서 대화란은 막겠습니다. 어차피 우리 모두의 시간은 '기다림을 사는 거' 마음에 드시는 순간들과 좋은 하루 되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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