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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바랜 편지를 들고

비말아 일좀 하지

by 비말 2024. 12. 9.

돌도 있고 나무도 있고 유리도 있고 타일도 있는데 이것들로 뭘 해야 잘 했다는 마음이 될까를 혼자 묻고 따지다가 관뒀던 시간들을 생각해 냅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돌하나 나무 한 토막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자동차 차고를 쓰레기통으로 만들었던 날들도 있어 살짝 민망해 지기도 합니다.

교통사고로 잊어버린 시간들이 아직은 '니 것이니 내 것이니' 할 즈음 4년만에 새 자동차도 사고 운전대도 잡아보고 울집 강쥐 똘순이보다 빨리 걸을 수 있게 되면서 몸과 맘이 근질거려 가만 있지를 못하고 일꺼리를 찾고 넘편 눈치를 봅니다.

한 추럭은 있는-건축자재들-'비말아 일하자'
한 추럭은 있는 건축자재들 '비말아 일하자'

 

반값으로~ 세일을 한다고.. 죄다 들어다놘 집 지을 재목들이 가득 차 있는데 버려진 듯 은행에 저당 잡혀있던 집을 진통제 투혼해가며 인터넷에서 찾아내 경쟁에서 딱 $500 더 주고 샀더랬습니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 (Vincent Willem van Gogh 1853~1890) 의 명화에 나오는 사이프러스 나무와 벽난로가 있다는 거에 혹 해서는.. 나중 13그루의 사이프러스 나무 하나 잘라내는데 $1,000도 넘게 달라고 해 '윽' 하기도 했지만요.

딸넴네 집-리모델링할 때-버린다는-타일을
딸넴네 집 리모델링할 때 버린다는 타일을

 

멀쩡한 지들 집은 1년치 세를 받고 렌트해 주고 아이들 영재교육 시킨다며 지들 졸업한 학교근처로 가서 곰팡이가 벽에 꽃을 피우는 집하나 렌트해 살다가 반 년도 못되서 다시 돌아온 딸넴과 사위는 건강들만 상해서 왔는데 그것도 렌트를 준 사람들이 집에 불을 내서.. 갑자기 불려온 거라고 했네요.

보험회사에서 다 처리해 준다고 했다며 새로 한지 반 년도 안된 멀쩡한 타일들을 죄다 뜯어낸다기에 대형 유홀추럭 빌려가 몽땅 싣고 왔습니다. 필요하면 새 걸로 사 주겠다는 돈 무서운 줄 모르는 애들한테 '까불지 말라' 면서. '비말아, 일좀 하지?' 요즘은 혼자한테 하는 말이 돼 버렸네요.

색깔도-모양도-내 맘에 안들지만-'어쩌랴'
색깔도 모양도 내 맘에 안들지만 '어쩌랴'

 

비말이네 키친 천정이 낮은 곳이 13피터 (4미터) 가 넘는데 허리에 붕대 친친 동여감고 사다리 타고 올라가 페인트 칠하고 캐비넷 문짝 떼내고.. 반대만 하는 넘편이 없을 때 일을 하니 밤시간은 혼자 앓습니다. 독한 진통제 약기운이 떨어지면 그냥 죽는 게 낫겠다 싶은데 일을 손에 잡으면 말짱해지니 짝꿍도 더는 말리지를 못 합니다.

캐비넷 문짝하나를 혼자 들기도 무거운데 그걸 사다리 타고 올라가 떼어내서 페인트 칠하고 몰딩도 만들어 붙이고 합니다. 지금은 몸에 아무것도 달지않은 멀쩡한 상태인데도 엄두도 않나는 일들을 표도 않나게 해 놓고는 넘편한테 욕을 배 부르게 듣습니다. 걱정해서 그러는 줄은 알지만.. 그래서 지금은 제가 가끔 눈치를 줍니다.

삼성 마이크로 오븐도-세일하길래-싹 갈아
삼성 마이크로 오븐도 세일하길래 싹 갈아

 

망치질도 못해 자기 손가락을 치던 사람을 타일 자르는 기술자로 만들어 줬거든요. 딸넴과 사위가 와서 밥을 먹던 날 키친이 달라진 거에 말은 않고 눈치만 살피길래 '네 아버지가 니들 집에서 가져온 타일을 저렇게 잘라서 벽에 붙인거야!' 했더니 그 타일들 가져올 때 '거지같이..' 소리까지했던 딸넴은 '좋네!' 합니다. 미국에서는 '너희집 쓰레기가 우리집 보물이다 (Your trash is our treasure)' 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비말네 뜨락 뒷문에는 오렌지나무가 쥔장보다 더 열 일하며 오렌지를 가득 싣고 서 있었습니다. 뒷뜰의 13그루 사이프러스 나무들 기운을 받으면서요. 비말이 생일날 하트씨 부부가 사람을 시켜 심어준 나무인데 20년 세월을 함께 하다가 코로나 19때 딸넴집에 옮겨뒀는데 정원사들이 죽였다는데 고소를 할 수도 없고 그냥 사진으로만 위로를 받습니다.

비말네 뜨락-오렌지나무는-지구별을 떠났지만
비말네 뜨락 오렌지나무는 지구별을 떠났지만

 

맨날천날 지난 이바구만 한다고요? 혹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 대리 만족용으로 이러고 있는 줄 아시는 블님들도 계실 것 같아 부연 설명을 드리자면.. '색바랜 편지를 들고' 비말이 블방 문패가 그렇다 보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님들은 계절마다 남의 동네에 철 바뀔 때마다 풀꽃나무 사진들 찍어오셔서 블방 포스팅 하시잖습니까?

어느 블님께서 비밀댓글로 한 말씀 던지셨기에 공개적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비말네 키친 리모델링을 하면서 힘은 들었지만 돈은 별로 않들었다는 말씀도 전해 드리면서요. 내 아비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 했던 홍길동전도 아닌데 뭔 세설들이 그리도 많으신지.. 비말이한테 하실 말씀 있으시면 오픈글로 당당하게 해 주시면 되시겠습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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