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 내산 내가 만든 돼지고기 탕탕
오랜 블 글친구님 이슬님께서 '혹시 아무것도 안 하는 날도 있나요?' 하고 물으셨는데 '그런 날 있겠지요!' J블 기수는 제가 3일 빠르지만 숫가락 잡으신 햇수는 3년 많으신 큐팁님~ 오늘은 지난 음식들과 박완서님의 글로 합니다.
살아 있는 날의 시작 (박완서 장편소설)
청희는 대학 교수 남편 사이에 아들과 딸을 둔 40 대 여성이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산다는 문제만 빼면 그녀 역시 대학교수 임용을 코앞에 두고 사업을 시작할 정도로 교육 수준도 높고 강단도 있다. 남편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뒷바라지하기 위해 시작한 미용실은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덕에 중산층 여성 손님들을 끌어들이며 성공가도를 달린다. 그러나 사회적, 경제적으로 자립한 청희에게 남편은 ‘매력 없어’ 라는 말로 조련하려 들고
시어머니는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 는 말로 억압한다. 손님으로 만난 학부모들과 아들은 ‘이래서 일하는 엄마는 아무것도 모른다’ 고 그녀를 무시하기 일쑤다. 이 모든 사람들은 청희가 일을 함으로써 윤택한 삶을 살고 혜택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모순적 상황을 느끼면서도 청희는 적극적으로 대항하지도 투항하지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사회 지배적 시선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살아 있는 날의 시작’ 은 오랜 시간 남성 중심으로 만들어진 사회의 견고한 틀 속에서 억압받는 여성을 다루고 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이 틀 안에서 억압받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묵묵히 받아들이고 있다. 여성들로 하여금 자신의 모습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하여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2012 년 1 월 22 일, 한국문학의 어머니 박완서의 일주기에 맞춰, 생전에 작가가 직접 손봐 온 원고가 도서출판 세계사에서 '박완서 소설전집 결정판' 으로 묶여 공개됐다. 2011 년 10 월 20 일 작가의 팔순에 맞춰 출간할 예정이던 기획으로서 첫 작품인 ‘나목’ 부터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은 장편소설 및 연작소설 15종 (22권) 을 최초 집필 시기 순 (연재 시작 시기 기준) 으로 모아 다듬어 선보일 방대한 기획이었다.
한국 사회의 발자취와 변혁을 개인의 시각에서 다뤄 온 박완서의 작품을 하나로 모은다는 것은, 한 작가의 작품을 모으는 의미를 넘어 한국 사회의 흐름과 변화의 맥락을 문학 안에서 집대성하는 의미있는 작업이다. 그러나 2011 년 1 월 22 일, 원고를 다듬어 나가던 작가가 담낭암으로 타계한 뒤 그간 함께해 온 기획위원들과 작가의 후손들이 작가의 뜻을 이어 받아 원고를 다듬고, 일주기를 기해 출간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다.
박완서: 1931 년 10 월 - 2011 년 1 월 22 일
데뷔: 1970 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나목'
블로그 포스팅 글 하나 올리려다가 반가운 작가님과의 만남으로 ‘통째로 베껴다’ 놓습니다. 비말이가 혼자하는 열심도 어느 분들께는 스트레스가 될 것도 같아서 입니다. 언제 해 먹었는지 기억도 정확하진 않지만 고기를 산 날짜가 2019 년 1 월로 돼 있네요. 그냥 눈으로 편하게 드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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