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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속의 글들

석류 벌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by 비말 2022. 1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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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류 벌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화분째 우리집에 와서도
스무 해를 우리와 함께 생활했으니 이 석류
나무도 스물 두살쯤 된 것인가?

 

 

5 갤론 화분에 비해 너무
빈약해 밀쳐두고 못 본척했던 것이 20 년
동안 무던히도 잘 자라줬다.

 

 

햇살이 눈을 찔러대고 너무
눈이 시러워 피하기만 하다가 눈쌈을 건다
창안 스크린이 눈에 거슬릴 즈음
페리오 문을 열고 나선다.

앞뜰과 뒷뜰에 먹고 뱉아낸
석류씨들이 혼자서들 싹 틔워 숲을 이뤄고
시집 장가 보내고도 지천이다.

 

 

장미(薔薇)는 꺾이다 (노천명)

석류 벌어지는 소리
들리는 낮 장미 (薔薇) 같은
여인은 떠나가다

‘내가 시각이 급한데 큰일이다
천주님이 어서 날 불러 주셔야 할 껀데’

성당(聖堂)의 낮종이 울려
오기 전 '골롬바'는 예수의 고상을 꼭 쥐고
자는 듯이 눈을 감았다 스물하고도
둘 장미 우지끈 꺽이다

너 이제사 괴롭던 육신을
벗어버렸구나 사랑하던 이들 아끼던 것들
다 놓고 빈손으로 혼자 떠나버렸다
하늘엔 흰 구름만이 떠간다

1947 년 11 월 3 일
조카 용자가 떠나든 날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사슴은
노천명 시와 생애 (87–88)

 

 

석류나무를 물들이던 아까 그
석양이 저녁을 알린다 키만 키운 자카란다
나무가 이파리를 흔들어댄다

 

 

석류쥬스 만들어 짝꿍한테
건네다 말고 이런 집으로 꾸며보면 어떨까?
넘기던 잡지책을 스토브위에 세우며
쥬스잔을 놓고 디카를 누른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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