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타고 남의 동네산에 올라갔다가 들어가는 입구가 별로 크지도 않은 공원이 있어 들어갔더니 자동차를 세워 둘 만한 곳에서 부터 아름드리 나무들이 그 둥치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나무껍질이 얼마큼 오랜 세월을 버텨냈을까 싶게 단단해 보였는데 너무 거칠어 손으로 만지기엔 너무 먼 당신~ 한 발짝 떨어져 폰카를 들여대도 찍을 수가 없습니다. 우람한 아름드리 나무들이 천년 세월을 지켜온 것 마냥 꽉 찹니다. 미국의 역사라해야 250년 남짓하긴 하지만요. 저런 나무들은 그 이전에도 뿌리내려 줄기로 잎으로 열매로 둥치로 살아냈겠지요.
둥치, 덩치, 밑둥, 밑동: Trunk of a tree/ 큰 나무의 밑동이라고 말하는 '둥치와 덩치' 는 사전적 정의는 다르나 보통 같게 사용된다네요/ '밑동' 이 정확한 표현이라는데 어릴 때 갱상도에서 '밑둥' 이라고 부르고 배웠기에 영어로 하는 미국에서도 그리 부르고 있네요.
덩치 큰 나무와 줄기
눈길이 나무둥치 중간을 타고 오르다 옆으로 삐져나온 나무줄기 잔가지들과 만납니다. 강하디 강하고 험하디 험한 나무껍질과는 달리 갸날픈 나무가지는 잔바람에도 잎을 흔들어댑니다.
얼마큼 큰 새를 잡으려고 저리 큰 새총을 만들었는지 삼손도 헐크도 사용불가일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 소설속 힘께나 쓴다던 덩치 큰 남정네들은 나무밑둥까지 뿌리째 뽑아낼지도 모르겠네요.
뉘라서 널 그리도 못살게 만들었니? 어디서 매타작을 당한 건지 몰골이 말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가느란 나무줄기에서 초록잎 내놓으며 '내 그늘로 들어와' 그림자를 만들어줍니다. 큰 나무덕은 본다' 시던 어릴 때 부모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계란 탁 야채 쏭쏭
산에 갔다 오거들랑 죽도 밥도 주지말고 쫓아 내어라~ 어릴 때 두 다리들 쭉욱 뻗어놓고 동무들과 니 다리 내 다리 짚어가며 놀면서 부르던 노래~ 새벽참 먹고 블방 답글 댓글 드리고 산에 다녀오면 또 배가 고파집니다. 점심 때까지는 아직 좀 더 남았는데 '뭘 먹어?' 냉장고 계란 4개 꺼내 탁탁 깨어 사발에 앉히고 파 양파 당근들 쏭쏭 썰어 나무 젓가락으로 휙휙저어 달궈진 후라이팬에 들어 붓습니다.
둥치, 덩치, 밑동, 밑둥
나무줄기에서 뿌리에 가까운 부분을 '둥치, 덩치, 밑동' 이라고 표현하는 순 우리말이라는데 (표준 국어대사전) 경상남도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라고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살아가는 비말이는 언어에 짓눌려 혀가 제 기능을 못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말로 하는 것보다 글로 쓰는 걸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원의 거대한 둥치로 버티고 선 나무들 사이로 파고드는 퍼플 태양을 만나고 옵니다. 새벽녘엔 추워서 담요까지 꺼내 덮었는데 아침 햇살이 정오를 넘긴 태양보다 더 따갑게 내리쭵니다. 둥치로 사는 나무들이 비말네 뜨락의 자카란다 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들을 생각나게도 하는 또 다른 산책길이었습니다. 내 집 포스팅 글도 구찮으실 텐데 오늘 비말네 포스팅도 대화란은 막겠습니다.
비말 飛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