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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근소녀 일탈기

봄소풍 간 바둑이

by 비말 2024. 4. 8.

식목일 봄소풍 떠난 바둑이

4월 5일 2024년 식목일, 나무를 심는 대신 봄소풍들을 떠나며 흙으로 다시 돌아가신 비말이 아버지는 개띠셨는데 막내딸 맘 고생하는 거 안타까와 그러셨는지 기일상 받으시기도 전에 강쥐 바둑이를 데려고 가셨습니다. 이젠 개띠 아버지와 강쥐 바둑이는 기일이 같은 날이 되어 한 그루의 나무되어 식목일이면 찾아올 것 같습니다. 개띠이시던 아버지와 형부의 기일이 있고 엄마의 생신이 있는데 바둑이도 그 틈에 낑가집니다. 이젠 살아 숨쉬는 울가족들 중에는 개띠도 강쥐도 더는 있지가 않은 것 같습니다.

좁지도 않은 집에 강쥐의 짐들이 젤로 많은 것 같습니다. 짝꿍은 하나~ 하나씩 다 만지면서 쿨적거리다 콧물 닦아내다가.. '이것도 없애?' 몇 시간째 그러고 있습니다. 칼로 물베기식으로 끊어내도 조금더 잘하는 비말이가 '버려요! 없애요! 누구네 주지 뭐~' 단칼에 잘라내주고 정리를 해줍니다.

석류나무 숲-빛으로-바람으로
석류나무 숲에서 빛으로 바람으로 스며들거라

아버지 기일에는 이제 강쥐 바둑이까지 기억에 올려지게 생겼습니다. 긴머리 풀어 산발한 것도, 파마머리 뽀글거리는 것도 시러라하시던 머언 옛날사람 개띠 울아버지는 머리카락은 '부모상을 당해야 풀어 헤치는 거다' 시며 밤낮으로 막내딸 머리 못 묶으셔서 야단이셨고 강론이 길어지셨습니다.

울집 복슬강아지 바둑이는 뜨락에서 뒹굴다보니 털에 풀꽃나무 잔재들이 붙어 관리가 힘들어지니 할배가 서툰 손가위질로 하얀털을 몽땅 다 뜯다시피 잘라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할배와 할매는 쌈박질이 많았는데 눈치 빠른 바둑이는 숨어서 가위질하는 엉터리 이발사 할배가 야단 맞을까봐 피가 나도 숨죽이며 참아주기도 했습니다.

https://4mahpk.tistory.com/entry/%EC%95%84%EB%B2%84%EC%A7%80-%EA%B8%B0%EC%9D%BC%EC%97%90%EB%8A%94

 

아버지 기일에는

머리카락을 묶어 올리고 진달래 개나리 꽃 소식이 들려올 즈음이면 아버지 기일이 다가오고 나무 심는 날이면 바로 그 날입니다. 이젠 언니의 흑백 결혼 사진에서 뵌 모습만이 다인 양 기억되는

4mahpk.tistory.com

뜨락-바둑이-혼자 봄소풍을
누나들 찾아 헤메던 바둑이도 식목일 날 떠나고

지금 이 시간이면 움직이지도 못하는 몸으로 밖에 나가자고 할배를 닥달할 텐데 너무 고요합니다. 짝꿍눈에 또 눈물이 그렁한 걸 모른 체 하며 엄한 걸로 위로답시고 합니다. 사람과 강아지의 나이 계산하는 법이 다르다는데 '강아지 1년은 사람의 나이로 짧게는 4년에서 길게는 7년에 해당' 한다고~ 사람의 70년과 강아지의 10년이 거의 같은 거라고 하네요. 매년 하면서도 매번 헷갈리던 강쥐 나이 계산법을 바둑이 보내고 마지막으로 다시하면서 '울바둑이 엄청 오래 잘 살다 간거야~' 그 동안 함께 하던 강쥐들 이름을 올리며 좋은 날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소형견과 중현견의 나이 계산법도 다르다는데 소형견인 울집 복슬강아지 바둑이 (진짜 이름은 스팟: 귀와 꽁지뼈에 까만털이 있어서 딸넴이 그리 지었다네요) 는 사람의 나이로 계산하면 울집에서 젤로 연장자였습니다. 백살도 넘었다며 어른대접 해줬더니 가끔 할배 상투를 잡기도 했는데 지난 몇 달을 잠도 못자고 24시를 달렸음에도 짝꿍은 미련이 남나봅니다.

키틴창 밖-바둑이-초롱이-똘순이
무화과 나무밑을 좋아하던 바둑이, 초롱이, 똘순이

인터넷 인플루언서 (influencer) 들에게 인기있는 품종의 강아지들은 수명이 생각보다 짧은 아이들이 많다는데 울집 바둑이는 미국의 억만장자 스타 패리스 힐튼이 전에 키우던 강아지와 같은 종류인데 엄청 오래 살았습니다. 딸넴이 남친이던 (사위한테) 선물로 받고 키우다가 결혼하고 아이들이 생기자 팽 당해 할배, 할매한테 와서 잡종처럼 (?) 키웠더니 명줄길다는 똥개들보다 오래살다 갔는데..

지난 2024년 3월 초에 18년을 살아냈으니 강쥐로서는 엄청 장수한 거지요. 강쥐 사망 신고서에 '나이가?' 하고 묻길래 '18년 넘게..' 라고 했더니 담당자는 '와우!' 그러고 침울해 울먹이던 외국인들도 부러워 하더라고료. 패리스 힐튼네 강쥐들은 수영장까지 있는 보통 사람들인 우리보다 훨씬 좋은 고급 펜션에 산다고 했는데 그 집 강쥐들은 쥔장의 변덕에 자주 바뀌고 강쥐가 사람보다 더 귀한 대접을 받다보니 자연과 멀어져 제 명을 다하지 못 하는가 보더라고요.

돌배나무-하얀꽃-눈처럼 날리는 날
돌배나무 하얀꽃이 눈처럼 날리는 날 소풍간 강쥐

돌배나무가 휘늘어지고 눈처럼 하얗게 날리는 곳을 한바퀴 돌아가며 '이 담에 사람으로 태어나 더 좋은 세상 만나려무나' 자꾸 쿨적거리는 짝꿍한테 '내가 죽어도 그렇게는 안 슬퍼하겠네!' 들으라는 듯이 한 마디했더니 울음을 뚝 그칩니다. 이미 한 발 떼놓은 아이 맘 불편하게 그만 하라면서 짝꿍을 말립니다. 다행히 동물사랑하는 이들이 많아서인지 모두들 친절해 편하게 소풍 잘 보냈습니다.

정리가 거의 된 듯 짝꿍이 또 불러댑니다. '이것도 버려?' 마지막까지 만지작 거리던 바둑이 여행용 가방을 들고 '이걸로 비행기 딱 한번 타봤네?' 합니다. 아직 새 것이라 누구주면 되겠다고 하니 또 좋아라 합니다. 늙은 강쥐가 떠난 자리에 늙은 할배가 웬지 더 쓸쓸해 보여 블방질 조금 덜하고 함께 놀아줘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봄도 식목일 나무심기는 다 틀렸고 조금더 자유로와지기 위해 앞으로 우리 삶의 여정길에 강아지는 없을 것 같습니다. 블글친구님들 오늘이 선물입니다. 기분좋은 시간으로 함께 하시고 싶은 과거 혹은 미지의 글친구님들과 매듭 푸시고 엮으면서 즐기시는 또 다른 하루되셨으면 합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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