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아침이 내게는 밤이 되고
다른 누군가들의 밤이 내게는 아침이 되는
지구 끝자락에 메달려 맴도는 시간들
초겨울 시린 발 동동거리며 댓돌위에 살짝
내디딘 발가락들 보다가 올려다 본 하늘 끝에는
그리다만 초선이 짝째기 눈썹처럼 삐뚤어진
조각달이 서러운 듯 냉기를 품어낸다.
사시나무 떨 듯 흔들리는데 '아니겠지?'
아마도 그건 내 맘 일꺼야, 우는 건지 웃는 건지
계수나무 둥근달 쪽배 탄 반달 초선이 눈썹달
초여름이 한 여름 되도록 이불짐 못 싸고
섣달 그믐밤 달그림자 찾아 헤메돌던 마음으로
새벽녁 찬기에 이불 끝자락을 당겨 안는다.
겨울인가 여름인가 맘끝이 살짝 시리네
혹여 내 맘 같을까 이부자리를 끌어다가
살째기 덮어주면 간 큰 남정네 '됐어, 안 추워!'
이불을 걷어낸다. '으랴?' 어디 두고 보자
기침하고 불쌍한 척해도 절대 안봐준다.
혼자 생뚱맞게 웬수 만들어 으르렁댄다.
내 팬(fan)인 듯 남편(husband)이 되어 자다가
봉창 두들겨대는 마눌(wife)때문에 새벽녁
된서리 맞으며 실눈떠고 껌뻑이며 한마디,
'그냥 컴퓨터 켜고 블로그나 하지!'
살던 곳 떠나 헤멘 몇 달이 석 삼년같다.
칠순을 넘긴 남자는 인플란트 치아를 빼 놓고
백살도 넘긴 강쥐는 이빨없는 잇몸 드러내면서
으르렁대는데 갈 길 멀고 할 일 많은 여자는
비말글방 비밀번호에 비밀키를 꼿는다.
이사와 처음 사귄 96세의 백인 할머니는
보청기와 워킹체어 없으면 전혀 듣지도 걷지도
못 하시지만 내 말만은 다 알아들으신다.
짝꿍 왈, '한국말로 24시간을 함께 하는
나보다 더 잘 알아듣고 잘 통하는 것 같다?'
자기가 먼저 할머니 챙기면서 심통이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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