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싸매 둔 장미의 비밀은
비말이가 블로그 포스팅 대화란에서 지난 시월부터 하는 말이긴 합니다만.. 울동네의 아직도 아직인 가을앞에 오래되고 낡은 듯한 지난 가을 詩들을 찾아놓고 살짝 손가락만 담가봅니다. 심심하거나 할 일이 없거나 글감이 떨어져 그러는 건 절대로 아니지만~ 이해인님의 글들이 젤로 잘 와닿는 계절이 봄 아니면 가을이거든요. 살짝 베낀 해인님의 마음.. 비말이 혼에도 불을 놓아봅니다.
어제는 파전을 부치면서 뜬금없이 수녀가 된 여중 때 친구를 떠올리고 오늘은 뭔가 도와주고 싶어 (?) 하는 짝꿍한테 몇년 째 햇빛도 못 보고 쌓여있는 박스속 책을 내려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박스를 열자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 낯익은 책들 속에서 젤로 얍삭한 책 이해인 시집을 들어올립니다.
이해인님의 '내 魂에 불을 놓아' 차르르르~ 페이지를 넘기다 멈춰선 66~67쪽에 수록된 詩 '비밀' 은 장미의 비밀과 나의 아픔과 살아가는 이 세상에 대한 시인님의 생각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서울서 1990년도에 소포로 보내져 온 이 시집 페이지가 떨어져 나올 만큼 읽고 또 읽었지만 매번 책을 펼칠 때마다 또 다른 '나' 를 만나기도 합니다.
비밀 (이해인)/ 겹겹이 싸매 둔 장미의 비밀은 장미 너만이 알고 속으로 피흘리는 나의 아픔은 나만이 안다/ 살아서도 죽어가는 이 세상 비인 자리 이웃과 악수하며 웃음 날리다/ 뽀얀 외롬 하나 구름으로 뜨는 걸 누가 알까/ 꽃밭에 불밝힌 장미의 향기보다 더 환히 뜨겁고 미쁜 목숨 하나 별로 뜨는 사랑 누가 알까 (내 혼魂에 불을 놓아 1979년 초판/ 1990년 33판)
지구별 어느 끄트머리 내가 사는 이 곳에서 오늘을 살아내면서 비말이가 '비밀' 詩와 함께 30여년 전의 나를 다시 떠올려 보게도 됩니다. 50여년 전 학교가 파하면 버스를 안타고 걸어서 산길로 재작떨면서 온갖 이바구로 미래를 펼치던 여중 친구가 수녀님이 된 사연과 그 비밀은 아직도 다 알아내진 못 했습니다만.
갑자기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상업학교로 진학하고 취업을 하고.. 명동에 있던 은행에서 일 잘하던서 자주 만나 밥도 먹고 동동주도 마시면서 방통대 준비도 한다던 친구~ 말 없고 조용하던 그녀가 어느 날 남자친구를 소개한다며 동동주에 파전이나 먹자고 불러내더니.. 어느 날 수녀님으로 다시 만나지고 저는 미국으로 그녀는 수녀님으로 둘의 비밀의 문은 그렇게 닫히고 말았습니다.
겹겹이 싸매 둔 장미의 비밀은 장미 너만이 알고 속으로 피흘리는 나의 아픔은 나만이 안다~ 50여년 전의 작고 갸냘프던 소녀들은 속으로 피흘리며 지구별 어느 하늘아래서 카라의 하얀 눈물을 손등으로 훔치다가도 활짝 웃으며 하루를 살아내겠지요. 비밀 아닌 비말글에 혹시 댓글이라도 달아줄까 포스팅 글하나 올리면서도 가슴 콩당이기도 하는 마음입니다.
비말 飛沫
'글 속의 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진짜 엉터리 (92) | 2023.11.17 |
---|---|
적멸 사라져 없어짐 (49) | 2023.11.01 |
고구마순에 목메여 (92) | 2023.0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