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멸은 다른 시작의 의미같기도
이철수 판화산문집 '소리 하나' 를 펼치면서 61 쪽에서 만나지는 글, 적멸입니다. 적멸 (寂滅) 의 뜻은 사라져 없어짐을 의미 한다고 합니다. 계절이 가고 오고 또 가고.. 한 달이 새롭게 달력에 앉혀집니다.
가을 하늘에 바람에 휩쓸리는 단풍 한잎 그 작별 인사 적멸 입니다. 길 가다 잎새 떨구는 나무를 자주 봅니다.
삭막한 아스팔트에도 가로수잎이 내려와 뒹굴고 있으면 숨통이 트이는 듯합니다. 때로는 얼마 안남은 잎새를 노리고 부는 거친바람도 만납니다.
잔가지와 잎새들이 한꺼번에 바람을 타는 것 보면 사람의 마음도 따라서 일렁이는 듯 합니다. 이 나무들이 오늘은 무슨 이야기들을 하시는가? 적멸
나는 이렇게 가노라 하는 이야기로 듣기도 했습니다. 바람 거센 오늘은 그 소리를 아우성처럼 하는 것인지. 역시, 바람없는 날 조용히 자신을 내려놓는 일이 좋아 보입니다. 그 한 잎이 혼자 마시는 차 한잔처럼 그윽하기도 합니다/ 이철수 판화산문집/ 소리 하나 61 쪽
해와 구름이 노닐던 곳에 밤이 찾아들고 적멸이 시작됩니다. 뜨락에서 온 여름을 달려온 석류는 적멸~ 다시 밤의 기운을 타고 진홍빛 석류 쥬스로 거듭납니다. 적멸은 또 다른 시작을 말함이겠지요.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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