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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근소녀 일탈기

철갑두른 소나무

by 비말 2024.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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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야 나무야 소나무야

캘리포니아의 봄은 질척거리며 곁을 줬다 말았다 밀땅을 하며 혼자서 저 만치 걸어갑니다. 오랜시간 남의 나라땅에서 살면서 더 깊이 더 많이 친해지고 알아지는 것들도 더러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고국의 소나무들과 '애국가 2절 소나무' 가 들어간 가사입니다.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 서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철갑을 두르고 산 것같은 시간들이 허물어지면서 맨몸으로 혼자 버려진 듯 잠시 몸을 곧추 세웁니다.

https://4mahpk.tistory.com/entry/%EC%86%8C%EB%82%98%EB%AC%B4%EC%99%80-%EB%A7%88%EB%B8%94%EC%BC%80%EC%9D%B5

소나무와 마블케익

 

소나무와 마블케익

솔잎 사이로 익는 것 가끔 홈디포에 자재들 사러 갔다가 공짜로 얻어오고 싼값으로 그저다시피 가져오는 소나무 송판들로 미니 서랍장이나 캐비닛 문짝들을 만들기도 합니다. 전기톱이나 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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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야-비늘 같은 둥치
나무야 나무야 소나무야, 용비늘 같네!

작년 딱 이 맘때 2023년 3월 26일에 올린 블로그 포스팅 글 '소나무와 마블케익' 을 다시 만나면서 한 해 동안 '나는 얼마큼 달라졌나?' 점검을 합니다. 그 때는 이 해인님의 '소나무 연가' 로 송진냄새를 소환해 내기도 했는데 오늘은 며칠 전 찍은 소나무사진들을 들여다 보면서 스쳐 지나면서도 전혀 몰랐던 것을 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소나무 꽃말은 '불로쟁생' 이라고 합니다. '정절, 장수, 불멸' 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하네요.

소나무-솔방울-솔잎-캘리포니아 봄
소나무 솔방울 솔잎으로 거듭난 캘리포니아 봄

소나무 연가 (이 해인)

늘 당신께 기대고 싶었지만 기댈 틈을 좀체 주지 않으셨지요/ 험한 세상 잘 걸어가라 홀로서기 일찍 시킨 당신의 뜻이 고마우면서도 가끔은 서러워 울었습니다/ 한결 같음이 지루하다고 말하는 건 얼마나 주제넘은 허영이고 이기적인 사치인가요.

솔잎 사이로 익어가는 시간들 속에 이제 나도 조금은 당신을 닮았습니다/ 나의 첫사랑으로 새롭게 당신을 선택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의무가 아니라 흘러넘치는 기쁨으로 당신을 선택하며/ 온몸과 마음이 송진 향내로 가득한 행복이여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이해인 기도시집 소나무 연가)

푸른하늘-하얀구름-솔방울-솔가지
캘리포니아 푸른하늘 하얀구름 솔방울 솔가지

얼마나 오랜 동안 이 곳에 서 있었을까? 나무 껍질이 용비늘 만큼 억세고 단단한 걸까? 용비늘은 본 적이 있고? 사계절 오가며 마주치고도 너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네! 파아란 하늘도 하아얀 구름도 그린그린 초록 잔디도 너를 위해 있는 것 같은데 너만 모르는 것 같다, 소나무야. 고국의 남산위 애국가 속 그 소나무는 기억에도 흐릿해 졌지만.. 너를 향한 노래로 나를 일으켜 세운다.

넌 늙어 무엇이 될래-견고한 소나무-둥치
넌 늙어 무엇이 될래? 견고한 소나무 둥치

소나무 한 그루가 세상에 나섭니다. 연둣빛 솔잎이 황금색 아기솔방을을 달고 혼자서 둘이서 여럿이서 해찰을 떨어댑니다. 작년에 본 그 솔방울일까? 여린 솔가지에 늙은 솔방울 하나가 간농을 떨어대며 '나 기억하니?' 묻기라도 하듯 스쳐 지나는 잔바람에 흔들리며 '나 찍어봐라~' 그래서 폰카를 들이댔습니다.

철갑두른 소나무가 철갑을 풀고 솔방울, 솔잎들을 죄다 드러내 놓으며 험한 세상 홀로 서기는 힘들어 '같이 가자' 는 듯 곁을 줍니다. 소나무의 꽃말처럼 '불로쟁생' 까지는 아니더라도 굳은 의지로 나만의 길을 가리라~ 힘들게 밀땅하지 말고 이 봄 '우리 함께 하자' 며 기분좋은 솔향기로 다가서 줍니다. 캘리포니아의 또 다른 봄입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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