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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속의 글들56

유현종의 들불과 비말이의 타향살이 유현종의 들불과 비말이의 타향살이 제 1 부 동학란 (곽무출 8 쪽) 타작마당이 시끌짝하다. 부인네, 아이들, 농부들의 한패가 웅성이고 있었다. 모두 하나같이 꾀죄죄하고 조선무우 말랭이같은 얼굴들이고 몰골들이다. 동네사람들 중에는 작대기를 들고 나온 토호댁의 하인배같은 자들도 서너 명이 눈꼬리를 치켜뜨고 둘러서있다. 그 한가운데는 깡마른 청년 하나가 어디네 미친 듯이 떠들며 서있었다. ‘만복의 근원입니다. 믿으십시오. 믿는 자에겐 복이 온다 하였습니다. 천국이 가까와졌으니 회개하라 하였습니다. 구하라, 그러면 얻을 것이요 두드리라, 그러면 열릴 것이요’ 청년의 입가엔 흰거품이 삐죽이며 나온다. 스물 두 셋, 그쯤 나보이는 이 청년은 볕에 그을려서인지 얼굴이 까맣게 탔고.. 서양사람처럼 짧게 깍아 올린 머.. 2023. 1. 21.
닥터 지바고 Doctor Zhivago와 오빠의 쪽편지 닥터 지바고 Doctor Zhivago와 오빠의 쪽편지 숨도 못 쉬고 있는 책들을 꺼내 먼지도 털어주고 어떤 책으로 할까하다가 ‘닥터 지바고’ 를 꺼내듭니다. 책을 펼치자 책갈피에서 이것저것 쏟아져 나오는데 작은 오빠가 오래전 미국으로 떠나는 막내 동생한테 마주보면서는 하지도 못하는 말을 쪽지로 남겼습니다. 선물상자 부욱 찢어 쓴 메모한장에 짧고도 애잔한 그 마음이 보여 다시 한번더 콧끝이 찌잉~ 오래전 읽은 책들은 뇌리를 떠나고 주인공 이름이나 아주 간략한 줄거리 정도로만 남습니다. 책의 탄생년도가 저와 갑장인 1957년도, 1958년에 영어로 출판이 됐네요.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장편소설 ‘닥터 지바고 (Doctor Zhivago)’ 한국에서 한글로 읽은 책들이기에 영어로도 그 느낌이 다가서 주니 '.. 2023. 1. 14.
통감자 닭죽 비요일 치커리 고향 통감자 닭죽 비요일 치커리 고향 딝다리 하나가 너무 커서 그냥 굽기도 버거워 비도 오고 날씨도 꿀꿀한데 기분이다. 캘론짜리 물 세통을 다 붓고 끓어라 솟아라 울어라 열풍아~ 오늘이랑 똑 같은 날들이 말 않하고 손가락만 가만 있으면 그냥 지금 이 순간~ 밤 새 내리고도 또 내리는 비가 문득 어린 날 고향집 지푸라기 사이로 새던 소리와도 닮았다. 고향 故鄕 노천명 언제든 가리/ 마지막엔 돌아가리/ 목화꽃이 고운 내 고향으로/ 조밥이 맛있는 내 본향으로/ 아이들 하눌타리 따는 길 머리엔/ 학림사 (鶴林寺) 가는 달구지가 조을며 지나가고/ 대낮에 여우가 우는 산골/ 등잔 밑에서/ 딸에게 편지 쓰는 어머니도 있었다 둥굴레산에 올라 무릇을 캐고/ 접중화 싱아 뻐국채 장구채 범부채/ 마주채 기룩이 도라지 체니곰방대/.. 2023.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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