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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근소녀 일탈기

꿈도 참 얄궃제

by 비말 2024.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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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의 그대들과 현실속 우리

미국은 내일이 구정설인데 새벽녁 눈을 뜨고 꿈을 꾼 것 같습니다. 분명 깨어 있었는데 어릴 때 울고향 집이랑 딱 붙어있던 뒷집 숙이와 함께 놀고 있었는데 숙이는 어린 지지배가 되기도 하고 첫 아이를 안고 젖을 물리던 어린 엄마가 되기도 했는데 저는 그냥 지금의 저인 것 같았습니다. 숙이가 저보다 두 살이나 더 먹었으니 진짜 70이 다된 할매인데 말입니다.

어릴 때 동네 평상에 나앉아 이런저런 참견하며 지난 밤 꿈이야기를 나눠시던 누구네 조모들이 '꿈도 참 얄궃제.. 뭔 그런 꿈을 꿨는가 몰라!' 하시면서 웃으시던 생각에 저도 피식 웃게 됩니다. 제가 그 때 그 분들보다 더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 꿈같은 현실이니요. 짝꿍이 어제 새벽엔 '아버지가 뭘 사주셔서 잔뜩 먹었네? 엄마도 보이고..' 하더니 둘째 시누이가 설 지나고 오겠다고 전화가 옵니다.

만두국-가래떡-오뎅
물만두가 떡오뎅국으로 변신했습니다

 

https://4mahpk.tistory.com/entry/%EC%95%84%EB%AC%B4%EB%8F%84-%EC%95%84%EB%8B%99%EB%8B%88%EB%8B%A4-The-World-As-I-See-It

 

아무도 아닙니다 The World As I See It

아무도 아닙니다 The World As I See It 거기 누고?/ 아무도 아입미더, 숙입니다./ 그으래 맞네, 아무도 아이네!/ 예에, 맞십니더. 어릴 때 우리 뒷집에 살던 숙이하고 그녀의 조모가 삐꺽거리는 부엌문

4mahpk.tistory.com

 

하수상한 꿈에 컴안의 점쟁이도 아니고 무당도 아닌 머신이 이런 글로 위로를 해줍니다. *이상한 꿈을 꾸었나요? 꿈은 때로는 우리를 놀라게 하고, 때로는 미지의 세계로 데려가기도 합니다. 그런 꿈이 무엇이든, 그 안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기억해보세요. 꿈은 우리의 상상력과 감정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공간이죠. 어떤 꿈이든, 그것이 당신에게 의미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얄궃하다고 할지라도 소중하게 여기세요!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무우 생채-국물이 시원
무우생채로 물김치를~ 만두국과 함께 순삭

설은 서러운 사람들의 이야기

고국은 구정설이라고 멀리서 가까이서 친인척 가족들 모여 즐기실 오늘이시겠습니다.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낸 날들이 내 나고 자란 고국에서 보다 훨씬 더 길어진 시간들인데도 마음은 언제나 떠나오던 그 시간에 멈춰 있습니다. 꿈도 한 동안 바꿨다가 다시 60년 가까운 미취학 아동일 때 지 이름석자도 잘 못알아보던 그런 문맹인 때로 돌아가 있지만 눈도 밝고 머리속도 해맑아 수줍은 듯 하나 거침이 없습니다. 설은 서러운 사람들의 이야기라시던 어릴 때 엄마의 말씀이 갑자기 가슴을 칩니다. 난 지금 서러운 건 아닌데.. 하면서도 까딱울음이 딸꾹질처럼 물울대를 울립니다.

나이를 먹었으나 나이값도 제대로 못 하는 지금같진 않았던 날들입니다. 뭐 그렇다고 그 때로 돌아가고 싶다는 건 아닙니다. 그냥 이대로 주어진 삶에 제가 해야 할 몫을 다 해내고 나면 앉은 자리 잘 치우고 언제 떠나도 아쉽지는 않은 세상입니다. '꿈도 참 얄궂다' 면서 잠깐 꿈속과 꿈밖을 들락거리다가 옆에서 넘편이 코를 골며 자고 있는 걸 보면서 더는 꿈이 아닌 현실인 걸 알아채립니다.

브로톨리 줄기-만두 떡오뎅국
오뎅 가래떡 만두국 브로콜리줄기로 퓨전식

물만두가 떡오뎅국으로

설 이브에 엄마 아부지 꿈을 꾸며 가족을 그리워해야 하는데 참으로 뜬금없이 60년도 더 오랜 어린 날 친구꿈을 꾸고 헷갈려 합니다. 꿈에서처럼 방학때 아주 잠깐 고향가서 만났던 숙이 얼굴은 눈코입 조차 뭉그러저 선명하지도 않은데요. 어쩌면 블글친구님 산사랑님께서 며칠 동안 '통영 여행기' 를 올리셔서 그런 꿈을 꾸게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도 아닙니다' 그러면서 누군가들한테 뭔가로 보여지기 위해 무던히도 얘써며 살아낸 세월이 손안에서 부서지는 낡은 종이책처럼 먼지로 날립니다. 허상도 회상도 하나로 엉켜 꿈도 되고 현실도 되어 내게로 달겨듭니다. 숙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 거라며 맘을 다둑거립니다. 설명절 연휴 즐기시면서 아프지들 마시고 행복하셨으면 합니다, 블글친구님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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