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 속의 글들

무허가 공해세상

by 비말 2024. 11. 6.

살아있는 날이 축제야
북치고 장구치고 꽹가리까지 쳐대며
무허가로 공해를 만드는 세상

새벽마다 나는 눈을 뜬다
나, 살아있나 보다며 사방을 둘러본다
캄캄하다, 아무것도 안보인다

그 때 (1988) 도 지금 (2024) 도 신작이다
그 때 (1988) 도 지금 (2024) 도 신작이다

 

이불에 가 붙었을 파스
산발이 되어있을 머리카락을 손으로
더듬으며 마른침을 삼킨다

고집이 꺽이고 참을성이 깊어져.. 무공해
고집이 꺽이고 참을성이 깊어져.. 무공해

 

왜 그래, 어디 아파?
금방까지 코골고 자던 넘편인 듯 내편인
남편의 손이 내 이마를 짚는다

오혜령작가 '내손을 네가슴에' 자유문학사
오혜령작가 '내손을 네가슴에' 자유문학사

 

해마다 매년 10월이면
서울가족한테 보내면서 '언제 올 건데?'
그걸 못 한지도 25년이 흘렀다

그 25년이 지나가는 동안

오염된 지구별을 떠난 가족들이 많다

무장해제된 무공해 별나라로

26년 전 이 책은 누구로 부터 받은 것일까?
26년 전 이 책은 누구로 부터 받은 것일까?

 

무공해 하얀 별꽃이
다섯장 꽃잎을 별처럼 펴고 봐 달란다
헌데 넌 무공해가 아니네?

인간도 별꽃도 무허가로 참을성이 깊어지면
인간도 별꽃도 무허가로 참을성이 깊어지면

 

악한 사람들에게
시달리지 않아서인지 세월이 갈수록
고집이 꺽이고 참을성이 깊어져.

무공해 식퓸이 판치는 세상
벌레먹힌 잎도 색바래 떨어지는 꽃잎도
특허를 욕심내는 무허가 세상.

비말 飛沫

반응형

'글 속의 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화과나무 저주  (67) 2024.10.30
색바랜 생각들과  (54) 2024.10.13
남쪽 커튼사이로  (70) 2024.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