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같이 흐르는 친구 욜리
지난 번 남미계 학교친구로 여섯 살이나 연배였지만 동갑내기처럼 통해 늘 붙어다녔던 욜리와 멕시칸 마켓에서 우연히 만난 후 전화로 초대를 받았습니다.
Computer와 Art Class를 이반 저반 바꿔가면서도 오랜시간 함께 한 친구로 스페니쉬와 영어가 유창했던 그녀와는 처음엔 어느 나라말로도 긴 대화는 못했었지만 컴퓨터로 한 작품을 바라보는 눈빛만으로 친구가 되어 그녀가 보호자인 양 데리고 다녀준 수 많은 장소들과 기억들이 대화의 주를 이뤄며 마켓 한 가운데 카터를 사이에 두고 서 있었습니다.
두어 시간 수다를 떨며 어제 만나고 오늘 또 만난 것처럼~ 짝꿍 '한 쪽에 가서 얘기들 해!' 몇 바퀴를 돌아도 끝이 않나는 수다에 한 마디.
나를 둘 쯤 포개놓은 것 만큼이나 체격이 좋았던 그녀는 작고 슬림해진 몸을 가볍게 흔들어대며 ‘나, 어때? 헌데, 너 전에도 이렇게 키가 컸니? 하며 웃었습니다.
외국 여행하고 와서 새로운 일을 한다면서 ‘노인대학에서 컴퓨터와 카메라를 가르친다’ 며 시간나면 꼭 놀러오랬는데 바쁠 때 말고도 남는 시간에는 집에서 내 나라 언어로 돈 안되는 블로깅하느라 세월만 보냈더니 성격좋은 그녀가 또 먼저 저를 찾아줍니다.
27~8 년 전에는 혼자서도 운전하며 잘 오르고 내리던 그 동네는 딱히 변한 것도 없는데 짝꿍의 옆자리에 앉은 저는 숨이 막히고 정신이 아찔해 질 만큼 멀고도 아늑한 그 길에서 창을 열었다 닫았다 자동차를 세웠다 내렸다 멀미까지 해대며 난리를 해댔습니다.
그러다 만나진 차창밖 풍경에서 지난 추억의 날들을 기억해 내면서 보이는 대로 찍어내고 있었습니다, ‘와아, 바다다’ 고향 앞바다 같은. ‘바다 아니고 호수야’ 나도 알아 그건~ (말대꾸할 시간도 아까와 혼잣말로)
매운 거 잘 먹는 욜리한테 다음에는 그 동안 갈고 닦은 실력 발휘해 한국 음식상 차려놓고 전화해야 겠습니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던 그 때는 만두나 김밥, 불고기 주문해다 줬는데 이젠 반짝이는 비말이 이름표 달은 순 한국식으로.
2017. 11 어느 날에
비말 飛沫
https://4mahpk.tistory.com/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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