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자루 내던지고 가을똥을 챙긴다
치커리 새순이 파릇하다
혹시나 하는 바램이 조금은 있었던가 보다
고춧대가 말라 허옇게 죽어가는데도
뽑지를 못하고 오늘낼 미뤄다가
깻잎 민들레 치커리가 가을비
몇 번에 정신줄 놓고 쉴 짬을 않주고 덕분에
나는 나만의 가을똥을 챙긴다
이 가을 치커리가 새순을 낸다
더는 아낄래도 아낄게 없는 빈궁한 살림에
봄똥 대신 우리집은 가을똥이다
호미 자루가 빠져서 쇠고챙이
끝에 부분만 잡고 게걸음으로 앉아서 긴다
이쯤에서 노래 하나 실실대며
옹알이처럼 입안에 맴을 돈다
물동이 호미자루 내사 몰라 내던지고 말만
들은 서울로 누굴 찾아서 이쁜이도
앵두나무 처녀 (김정애 1957)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처녀 바람났네 물동이 호미자루 나도 몰라 내던지고 말만 들은 서울로 누굴 찾아서 이쁜이도 금순이도 단봇짐을 쌌다네
석유등잔 사랑방에 동네총각 맥풀렸네 올가을 풍년가에 장가들라 하였건만 신부감이 서울로 도망갔데니 복돌이도 삼룡이도 단봇짐을 쌌다네
서울이란 요술쟁이 찾아갈 곳 못되더라 새빨간 그 입술에 웃음 파는 엘레나야 헛고생을 말고서 고향에 가자 달래주는 복돌이에 이쁜이는 울었네
그냥 노래 가사로만 살짝 묻어 가겠습니다
이 사진들도 몇 년이 지났네요.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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