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캘리포니아의 봄은 오래 기다린만큼 시끌벅쩍하게 4월을 달립니다. 옛집의 비말뜨락에서 짝꿍과 풀꽃나무들에 물 그만주라고 수도물 잠그고 호스뺏고 난리굿을 할 시간인데. 한창 봄꽃들이 기지개를 펼 시간, 카라꽃 피는 뜨락을 커닝합니다.
어제는 '부활절' 이야기를 하다가 오늘은 '프란치스코 교황 서거' 라는 기사들로 새벽이 시끌합니다. 향년 88세, 266대 교황, 가난한 이들의 성자, 가톨릭 2천년 역사상 최초의 아메리카 대륙 출신 교황.. 비말이는 교회 (요즘은 블.신자긴 하지만) 를 나가면서도 성당 나가는 친구들이 많아서인지 카톨릭에 관한 소식에도 관심을 갖는 편입니다.
지금으로 부터 25년전 쯤, 가까운 지인께서 지나시던 길에 들러셨다며 검은 비닐봉지에 둘둘 말아서 갖다주신 카라. 한줌 흙과 함께 엄지손톱보다 조금 클까말까한 알토란들 여남은 개 달랑 메달려 있었습니다.
한 줌의 흙과 함께 손 안에서 뒷뜰 한 귀퉁이를 차지한 후, 손톱만큼이 작은 씨감자만큼 영글어 흙에 안주하면서 앞뒷뜰 동서남북 곳곳에서 초록잎과 줄기를 내밀면서 온 뜨락에 퍼졌습니다.카라꽃 피는 뜨락, 비말 뜨락 최초의 꽃순이 '칼라 릴리' 였습니다.
번식률 하나는 세계 최강, 그 질긴 생명력은 과히 금메달감이었는데.. 짙은 초록의 이파리에 둘러쌓인 연두 꽃대를 앞 세우고 순백의 하아얀 꽃 봉우리가 일어나는 그 모습은 살아 숨쉬는 생명체 였습니다.
비말 뜨락의 여왕은 Calla Lily (칼라 릴리), 캘리포니아의 봄을 대변해 주기도 했더랬습니다. 카라꽃 피는 비말뜨락에서 풀꽃나무에 관심 1도 없던 짝꿍이 매일 수도물 호스를 들고 스프링 쿨러를 틀게도 했습니다.
초록 이파리 녹색의 꽃대를 곧추 세우며 빠르게 번식은 하지만 순백의 그 하양꽃이 일주일도 않되어 누우렇게 변하는 것이 마음에 안들어 모른 체 눈을 감아버리는 시간도 많았지만.. 어찌 저런 모습을 보고도 못 본체 할 수 있겠습니까?
'이젠 다 죽어 올해는 않 나오겠지!' 하는 체념의 한 숨이 다 사그라지기도 전에 뽀죽이 어린 꽃잎을 앞세워 고갤 내 밀며, '안녕? 안녕!' 아는 체를 합니다. 쥔장의 냉정함에도 아량곳않고 삭막한 맘을 어루만져주는 그 고마움에, 또 한번 깜빡 속고 맙니다.
카라꽃 피는 뜨락에서 희망싹과 함께 부활을 꿈꾸던 시간들이 오늘 새벽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이라는 기사와 함께 다시 카라꽃 한 송이를 바칩니다. 시작과 끝은 탄생과 죽음이지만 그 또한 아름다운 삶의 여정길에서 피고지고 또 피우는 자연의 이치라고 생각됩니다. 오늘은 대화란을 닫겠습니다.
비말 飛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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